바둑인들이 체스를 비하할 때의 반박

허초희 | 조회 수 654 | 2015.12.2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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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컴퓨터가 바둑은 못이기고 체스는 이기므로 바둑이 체스보다 더 우월하다

 

컴퓨터가 더 잘하면 왜 열등한 것인지 되물어야 합니다. 예시를 설명하면서 반박하면 그 누구도 부끄러워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칠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인간이 더 잘하고 날씨 예측은 컴퓨터가 더 잘한다. 당신의 논리로는 날씨 예측이 스타크래프트보다 열등한 행위겠구나." 이렇게 말이지요. 만약 여러분들 중에서 더욱 공격적인 논쟁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오히려 비논리를 약간 허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즉, 스스로가 비논리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지만(비논리적인 주장을 할 때는 그것이 비논리적인 것임을 알기는 해야 합니다) 상대는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오히려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한다면 더욱 우월한 것이야. 철권 격투기 게임이나 스타크래프트 같은 건 인간이 컴퓨터보다 잘하지만, 날씨 예측이나 통계적 추정 같은 매우 수학적으로 복잡한 것들은 컴퓨터가 인간보다 잘해.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체스가 바둑보다 우월한 두뇌게임인 것이 분명해."

 

 

 

2. 바둑이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더 많다.

 

서로 합의하여 반복 행마 등 경기를 지속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바둑이 체스보다 경우의 수가 더 많을지는 사실일지도 모릅니다.(저도 정확히는 무엇인지 모릅니다) 이럴 때는 어느 게임이 경우의 수가 많은 것인지를 따지기보다, 경우의 수가 많다고 더욱 우월한 게임인 것인가를 따져야 하는 것이 통상적인 대처지만, 게임 중심적인 논쟁의 주제를 인간 중심적인 논쟁으로 바꾸는 것이 논쟁에서 승리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슈퍼 컴퓨터도 체스의 모든 경우의 수를 전부 따지며 두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차피 인간이 계측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바둑이나 체스나 똑같고, 따라서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문제는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개개인의 문제이다. 요컨대 체스 선수들은 당신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있어서 당신이 딱히 체스두는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바둑이 체스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바둑인들의 심리는 바둑을 두는 자신은 체스를 두는 타인보다 우월하다는 근거로서 이용하고 싶은 목적이 이면에 존재합니다. 이러한 자기만족을 불가능하게 하면서 주제를 [어느 게임이냐]에서 [누구냐]로 이동시키면 됩니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 말고 한 번 진지하게 어느 게임이 우월한 것인지 결론을 내리고 싶으신가요?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것을 하려면 경우의 수가 많다고 더욱 우월한 게임인 것인가를 따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는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임을 즉시 알 수 있습니다. 누구는 얼마나 더 많은 인구들이 게임을 주기적으로 즐기는가로 우월함을 판단할 수 있고, 또 누구는 어느 게임이 더욱 사회적 경제적으로 공익을 제공하는가로 우월함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3. 바둑이 체스보다 배우기 어렵다.

 

이것도 두 번째와 전략이 비슷합니다. [어느 게임이냐]에서 [누구냐]로 주제를 이동시키는 작업이 핵심적이며, 이는 교묘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과정의 시작점으로, 어려움에 대해서 논하고 있으니까 [배우기 어렵다]에서 [입단이 어렵다]로 주제를 바꾸어 볼 수 있습니다. 체스가 바둑보다 이론이 발달했다는 뉘앙스(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체스와 바둑 서로 비슷한 시기에 이론이 오늘날까지 상당히 발달하였습니다.)를 이따금씩 주면서 논쟁이 오가면 바둑이 체스보다 어렵다는 주장이 점점 희석되고, 더욱이 개개인의 재능과 노력의 문제로까지 주제가 확장되면서 어느 게임이 더 우월하냐는 주제는 그 의미가 희미해지기 쉽습니다. 즉 전략이 먹혀들어가는 것이지요. 어느 게임이 어느 게임보다 똑똑하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러면 19x19 바둑보다 23x23 바둑이 더 경우의 수가 많고, 더 배우기 어렵고, 더 똑똑한 게임인데 왜 안 합니까. 똑똑함은 개개인의 문제입니다. 사실 그들도 어느 게임이 똑똑한 것인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어느 누가 똑똑한 것인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그저 바둑을 두는 것을 근거로 스스로의 지적 우월성을 인정받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여태까지 제 글을 읽으신 분은 이제 구체적으로 확인하셨겠지만 그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일부 어리석은 바둑인들 한 명 한 명씩에게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것은 사실 귀찮으며 사소합니다. 그들에게 바둑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지적 유희나 과학, 예술 따위보다 자존심의 문제에 더 가깝고, 따라서 차라리 평생 그렇게 교정되지 않은 상태로 내버려두는 것이 더욱 슬기로운 대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오직 그들에게 감정을 낭비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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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chess 2015.12.24. 20:10

공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KID 2016.02.22. 05:09
좋은 글이네요
허초희 2016.02.22. 08:12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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