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삼형제

민수 | 조회 수 2130 | 2012.09.07. 15:24


Three fools


by GM Gserper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쯤 전에, 저는 유소년 팀 토너먼트에 참여 중이었습니다. 그 때 누가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했는지, 제 자신의 결과가 어떠했는지, 누가 거기서 플레이를 했었는지 등등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네요. 제가 그 토너먼트와 관련하여 기억하고 있는 단 한 가지는 바로 우리 팀의 미팅 중에 일어난 일이입니다. 토너먼트는 각 라운드가 끝난 후 우리가 방금 둔 게임을 분석하고 코치가 우리가 저지른 실수들을 지적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팀 아이들 중의 하나가 자기가 진 게임을 코치에게 보여주고 코치가 그 아이에게 왜 그런 마지막 수를 뒀는지 묻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 볼까요?

 

 아이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쌍비숍의 이점을 얻으려는 의도에서 둔 수라고 설명을 합니다. 포지션은 완전히 닫혀 있고 그 아이의 쌍비숍은 완전히 무의미해져버린 상태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아이는 어디선가 쌍비숍의 강함에 대한 얘기를 주서 들었고, 현재 자신의 체스판 안의 상황과는 관련 없는 이 지식이 아이의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전 아마도 그때 코치가 아이에게 한 말을 잊지 못할 겁니다. 코치의 말장난이 정확히 기억나는 것은 아닙니다만, 다소 거칠게 옮겨보면 대충 이정도가 되겠네요. ‘이 포지션을 좀 봐바! 어디에 쌍비숍이 보이니? 쌍비숍은 어디에도 안보이는데? 내 눈에는 바보 두 마리만 보이네. 아니지, 사실 바보 삼형제겠지, 너까지 포함해서 말이야!’ 그리고 우리 팀 모두는(그 아이를 포함해서)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죠.

 

 그 때는 지금과는 다른 순수한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니 한 학생을 바보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코치를 비난하지 말아주세요. 최근에는 이런 일은 상상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죠. 소송이 유행처럼 되어버린 현대 사회에서는 아마도 고소까지도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30년 전에 일어났었던 일을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팀원들은 코치를 정말 사랑했었고 그의 레슨이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날 정도랍니다.

 

 자 다시 쌍비숍 얘기로 돌아가 보죠. 제가 보기엔 쌍비숍의 이점이란 아마추어들이 가지는 가장 큰 착각 중의 하나입니다. 확실히 특정 포지션에서 쌍비숍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쌍비숍의 이점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특정 타입의 포지션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라고 해도 그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숍을 다를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여분의 나잇을 가지고도 게임을 이기지 못하는 정도의 학생들이 쌍비숍의 이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점이 존재하지 않는 포지션인 경우에는 더 재밌어 지죠. 마치 30년 전의 제 팀원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자 그럼 일단 비숍과 나잇의 차이점에 대해서 얘기해 보죠. 이 점을 살펴봄으로서, 어떤 상황에 쌍비숍의 이점이 빛을 내는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두 녀석의 주요 차이점은 비숍은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기물이고 나잇은 상대의 말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피스에 근접해야 하는 기물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적의 기물에 근접하기 위해서 나잇은 아군의 기물들(폰이 좋겠죠)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스퀘어를 필요로 합니다. 이 간단한 논리가 중앙이 폰에 의해 닫힌 포지션에서 폰에 의해 가로막히는 비숍이 비활성화 되는 것폰에 의해 지원받고 있는 나잇이 비숍보다 나아지는 점에 대해 설명해줍니다.

 

 한편 열린 포지션에서는 비숍이 활실한 우위를 가지는데요. 특별히 보드의 양사이드에 타겟이 있을 경우에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Be3는 흑의 양날개에 위치한 a7, h6 폰을 동시에 공격하죠. 나잇은 이 간단한 마술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쌍비숍의 이점을 활용하는 올바른 기술은 당신의 폰을 상대방의 나잇을 압박하는 지점에 위치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나잇이 폰에 의해 지원받을 수 있는 좋은 스퀘어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피스를 압박한 후, 결국에는 상대방의 포지션을 부수는 것입니다.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마지막의 포지션 부수기는 보통 비숍의 교환을 수반하기도 한답니다. (아래 두 번째 게임 참조)

 

첫 번째 세계 챔피언이자 포지셔널한 현대체스의 창립자인 Wilhelm Steinitz의 게임을 통해 살펴보도록겠습니다 .









10년 후에 스타이니츠는 위와 비슷한 걸작을 다시 한번 연출합니다.

 


다음 회에 계속



http://www.chess.com/article/view/three-foo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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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군 2012.09.07. 23:00

정말 깔끔하고 훌륭한 에세이 형식의 지침서군요.

과의 특성상 많은 류의 에세이를 첨삭하며 느낀 점은, 선진화된 외국 학교가 적어도 작문에서 만큼은 한국보다 체계적인 듯 합니다.

읽기가 너무나도 매끄럽게 됩니다.. 가져오신 분께 감사를~^^

창훈 2012.09.07. 23:53

"비숍vs나잇, 쌍비숍"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좋은 글이네요. 짧지만 내용이 명쾌합니다

비스 2012.10.27. 23:25
제목과 내용이 너무나 인상깊어서 한동안 외우는 체스에 대해 경계하게될 듯.. 물론 쌍비숍을 그대로 다른 대국에서 재현하려는 멍청한 짓도.
Bellaw 2013.01.13. 14:51

으으... 어렵...

신의한수11호 2014.08.02. 01:03

...쌍비숍의 이점은 포지션이 열려있어야 발휘된다는 것 밖에 모르는 저에게는 위에 제시한 두대국을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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